아트사이드 갤러리는 2022년 12월 2일부터 12월 31일까지 임수진의 개인전인 <雪空 설공>을 개최한다.
현대미술에서 점차 잊혀지고 있는 장르인 목판화를 전공한 작가는 판화와 회화를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마치 필름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묻어나는 독자적인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전시 제목인 “雪空 설공“은 ‘눈이 내릴 듯한 하늘‘이란 뜻으로 유년시절 삿포로에서 지낸 작가에게 눈이 가득한 일상 속 겨울에 대한 강한 인상을 준 단어이다. 낯선 타지에서 보낸 시간들은 따뜻한 추억으로 남아 매년 맞이하는 겨울이 무엇보다 포근하고 여운 가득한 계절로 새겨졌다. 목판에 물감을 입히고 여러 번의 반복 끝에 완성되는 자연스러운 물감의 번짐과 그 위에 함께 나오는 나무의 결을 가진 임수진의 작품은 자연스럽게 미소를 짓게 한다. 그가 표현해내는 풍경들은 너무나 일상적이라 특별하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지나쳤던 현재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이번 겨울, 온기로 채워진 그의 전시에서 따뜻한 겨울을 느끼고 잊었던 꿈과 추억들을 떠올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
Artside Gallery holds LIM Sujin’s solo exhibition Yukizora from December 2 (Friday) to 31 (Saturday), 2022. LIM (b.1991), who majored in woodcut printing , has created works with a warm and cozy atmosphere, crossing freely between woodcut printing and painting.
The title of the exhibition, Yukizora, is the first word LIM learned when she went to Japan as an exchange student. The word, yukizora, which means a sky that looks like it’s going to snow soon, gave her a strong impression of winter, along with her daily life surrounded with snow in the city of Sapporo. Through the solo exhibition Yukizora, she conveys her realization: the present life is a variation of the past and the future life a variation of the present. The present in which we can dream matters, as the present that we will lose soon is as valuable as the past we have lost. This winter, many art lovers will be able to feel warm winter in LIM’s exhibition that recalls dreams and memories they have forgotten.
평론글
<눈 내리는 하늘 아래 빈자리> : 이상엽 (독립기획자)
1. 설공(雪空), Yukizora(ゆきぞら)
눈이 내릴 듯한 하늘을 의미하는 전시 제목 ‘설공(雪空)’은 일본 교환학생 시절 작가가 처음 배운 단어다. 일본어로는 ‘유키조라(ゆきぞら)’로 발음된다. 어떤 사람에게 한 계절은 특별히 소중해서, 다른 세 계절과 그 계절을 분리시켜 잘 기록하고, 또 잘 기억하고 싶게끔 한다. 임수진에게 그 특별한 계절은 바로 겨울이다. 한겨울 낯선 나라에서 처음 배운 한 단어가 새긴 기억은 여러 해 시간의 겹이 쌓인 후, 물리적 색을 덧입으며 선명해진다. 가령, 전시 제목과 동명의 판화 작업 <Yukizora(雪空)>(2022)는 실제로 작업의 제작 단계에서 배경을 스케치한 목판 위로 여러 번 색을 입히고 또 종이에 찍어내는 과정을 동반한다. 기억을 되뇌며 그 순간에 만났던 색이 나오기를 바라며 찍어내는 과정, 흐릿한 지난 기억의 단면을 이곳에 전시로 불러와 선명히 되살려보는 과정은 꽤나 유사하다.
2. 겨울들
임수진의 개인전 《설공》을 이루는 주된 배경은 일련의 겨울 풍경이다. 임수진은 여행을 할 때 필름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자신을 사로잡은, 발길을 멈추게 한 풍경을 곧잘 담아 왔다. 여행에서 돌아와 사진은 꼭 인화해 보관하고, 그중 몇몇 사진은 작업을 위한 이미지로 자리를 옮겨 간다. 작가가 여행 중 찍고, 판화와 회화로 각각 옮겨 그린 풍경들은 다음과 같다. 누군가의 집 앞, 휴게소, 도시의 낮은 건물들, 산책로를 걷거나 또는 산행로 중간에 멈춰 서 있는 사람들, 그리고 이 풍경들 위로는 하나같이 새하얀 눈이 쌓여 있다. 눈 내리는 풍경, 그리고 그 풍경을 감싸고 있는 계절인 ‘겨울’은 임수진의 작업을 한층 더 깊이 들여다볼 만한 단서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작년 겨울, 같은 장소에서 겨울 풍경을 담은 개인전 《겨울 실루엣》을 먼저 선보인 바 있다. 겨울을 다룬 유사한 주제의 전시를 이어서 한 번 더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한 작가에게 특정 계절이 이렇게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건 어떻게 바라봐야 좋은가, 유독 한 계절만을 특별히 다루는 작가가 있었던가? 이런 질문들을 새하얀 눈으로 덮어 잠재우고서, 어쩌면 ‘그 계절을 유난히 사랑해서 계속 그리게 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충분한 답이 되지는 않을까?
3. 자리
한 바퀴 전시를 둘러본 후라면 알게 되겠지만, 일련의 작품 속 새겨진 이미지들은 누구나 한 번쯤 봤을 만한 겨울 풍경, 또 누구나 겨울이면 보고 싶을 법한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작가는 작품 속 형상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며, 자신이 경험한 풍경을 관조적으로 그려 왔다. 중간자·관찰자적 시선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작가의 태도는 그림과 마주할 관객들이 각자가 가진 기억·순간과 만날 수 있도록 그 자리를 넓히는 일과 연결된다. 일상에서 평온하고 아름다운 장면을 ‘짠’ 하고 눈앞에 펼쳐 보이는 순간은 생각보다 드물다. 임수진은 작업과 전시로 그 순간을 만들고, 또 타인과 나누고자 한다. 자신이 몇 발 뒤로 물러나면서 그 앞으로 사람들이 다가서게끔 그림의 자리를 내어준다.
아트사이드 갤러리는 2021년 12월 21일부터 1월 15일 까지 《겨울 실루엣》을 개최한다.
임수진(1991- )은 주로 다색의 수성 목판화로 일상에서 느낀 잔잔한 정서를 표현한다. 작가는 필름 카메라로 찍은현장 사진, 잡지, 영화의 스틸 컷 등 특정 이미지를 취하고 그곳에서 회화적 장면들을 포착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을 포함한 겨울의 풍경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체적인 윤곽선 혹은 그 안을 칠한 그림을 뜻하는 ‘실루엣’은 작가가 보고 행한 시선과 흔적에서 드러나 있다. 작품의 풍경은 여느 사람이 본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적 장면들이지만, 작가는 이 풍경들을 회화적 기술을 통해 그려내고, 이를 고유의 온기와 정서가 담겨 있는 일종의 실루엣이라고 정의한다. 작업 중 본래 이미지로부터 점점 벗어나 때로는 어느 곳에 도달할지 조차 모르는 발걸음을 거치며, 그 길에서 본연의 상이 아닌 스스로 무엇을 보고 싶은지, 자신이 무엇을 보았는지를 발견하게 된다. 막연한 느낌과 무언가가 있지만 그게 무엇인지 모를 때 작가는 조각도로 판목을 파내고 물감을 칠한다. 특히 풍경들이 갖는 질감에 주목하는데, 이는 목판화 작업에서 나무 질감과 연결지어 예술적 조형에 다가가기 위함이다. 그림은 물리적으로는 물감과 붓이 만났다 사라진 흔적이고 물감의 궤적은 작가가 보았던, 보았다고 생각했던 풍경의 실루엣이다. 작가가 본 이미지와 물질은 실루엣으로서 그림 위에서 겹치게 되는 것이다. 그 겹치는 지점에서 고민하기도 흔들리기도 하는데, 작가는 그 곳이 회화와 사진 이미지가 갈라서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실험작을 제외한 한두 점의 작품만 찍어내기 때문에, 복제와 재생산이라는 판화의 특징과는 멀리 회화성을 간직하며 제한과 희소성을 둔 작가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보통의 날에 길을 지나며 건조하고 반짝이는 겨울을 마주한다. 입김을 닮은 희뿌연 필터가 얹힌 듯한 목판화가 불러일으키는 노스탤지어 혹은 일상에서의 현현(epiphany)을 간직한 각자의 실루엣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언제나 있었기 때문에 의식하지 못했던 풍경이 한순간에 발견되는 때가 있다. 전시명 ‘홍차와 마들렌 (The black tea & madeleine)’ 은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1871~ 1922)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소재로 소설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 조각을 머금는 순간 유년의 기억을 환기하는 유명한 에피소드가 바로 그 예이다. 소설 속 마르셀이 되찾은 과거는, 실제로 존재했던 과거 그 너머에 있는, 한없이 깊고 먼 과거이다. 현재도 아니고 그렇다고 과거도 아닌, 우리의 지각이 한 번도 체험해 보지 못한 그런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순수 과거이다. 이는 베르그송의 자연적으로 기억되는 참된 기억 이미지인 ‘순수 기억’의 개념으로 홍차와 마들렌 이야기를 통해 과거와 현재에 공존하는 감정적 유사성으로 부터 발생되는 희열, 즉 ‘비자발적인 기억’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무의식적 기억 (비자발적인 기억)’으로 부터 출발한다. 기억은 과거의 일을 되새기거나 회상하는 능동적인 활동이 아니라 분명히 경험했음 에도 불구하고 기억되지 않은 것, 기억할 수 없는 것, 망각되었던 것이 불현듯 드러나는 것을 의미한다. 우연에 의한 기억의 발견, 그리고 이러한 발견을 통해 과거의 그 시점을 통과할 당시에는 미처 알 수 없었던 사건의 의미가 총체적으로 밝혀지는 순간을 표현하고자 했다.
음식과 가구, 공간의 일부, 여행지 등 경험한 소재에 대한 개별적 시선을 화폭에 담았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일상의 기억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작은 경험 하나 속에도 얼마나 많은 의미들이 담겨 있는지 이야기 하고 싶었다. 삶의 실제 모습과 의미를 포착하기 위해 기억을 매개로 기억의 중심과 주변을 재구성 하고자 했다.
즉, 지나간 ‘기억’과 ‘장소’로 부터 흐르는 개별적 감정을 표현하고자 했다. 또한 작업 방식으로 경험한 기억에 섬세한 편집의 과정을 거쳐 최종 이미지를 만들어 내 유화와 판화의 기법으로 제작했다. 단순히 재현의 풍경이 아니라 어떤 기억이나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작업을 진행했다. 이는 ‘시각적’요소를 통해 과거의 ‘기억’에 연결되기 바라며,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에서 처럼 작품을 통해 ‘한순간에 내 마음속에 지평이 확 열리는’ 감미로운 기쁨의 순간을 기억하는 내면의 풍경을 연구하고자 함이다.
임수진 작가의 "Woodcut 1/2" 전시가 2018년 5월 16일부터 29일까지 연희동 메이크 갤러리에서 열린다. 홍익대학교 판화과를 졸업한 임수진은 주로 수성목판기법을 통해 일상의 잔잔한 풍경을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 임수진 작가의 수성목판, 석판화 작품과 파스텔, 유화, 드로잉 회화 등 총 40여 점의 작품이 출품된다. 이번 전시는 늘 보여지는 것들에 대해 새롭게 바라보는 임수진 작가만의 시선을 통해 소소한 행복을 바라 보면 느낄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임수진 작가는 다색의 수성목판화로 작품을 제작한다. 특히, 작가의 독특한 방식을 특징지어 볼 수 있는 소멸판법은 색에 따라 판의 수를 달리하는 방법이 아닌 하나의 판만을 단계적으로 파서 종이에 찍어내는 방식이다. 이 기법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점차 구체적으로 파내어 묘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찍어낸 판으로 같은 작품을 대량으로 제작하는 판화의 이점과는 달리 지나간 단계의 판을 찍어 낼 수 없다. 그러므로 한 판으로 다음 단계에 이르기 전에 판화의 수량이나 구성에 대한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다. 임수진 작가는 수성목판을 이용해 실험작품(A.P.)를 제외 하고 두 점의 작품만(Eddtion_1/2)을 찍어낸다. 전시를 통해 복제와 재생산이라는 판화의 특징과는 멀리 제한과 희소성을 둔 임작가의 방식과 태도를 자세히 엿볼 수 있다.
이번 임수진 작가의 "Woodcut 1/2" 전시에는 "작가의 방"을 설치해 작가의 기법과 방식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된다. 작가의 방에는 작가가 판화를 제작하기 위해 쓰이는 목판, 조각칼 ... 등 작가의 손때가 묻은 도구들을 함께 전시하여 관람객과 가깝게 소통하고, 수정 목판화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임수진 작가는 평범한 일상에서 찾는 소소한 풍경과 영화의 장면을 그리거나 판화로 찍어낸다. 작가는 흔하지만 가까이 가지 않으면 발견하기 힘든 것에서 새로움을 찾고 한정된 수성목판을 제작한다. 이번 임수진 작가의 전시를 통해 평범함에서 찾는 일상의 행복과 따뜻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느껴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